얼마 전 시조전문지 시조월드(12호 2006년 상반)을 받아 보았습니다 책을 받자마자 월드 논단에 게재된 논문들을 훑어보았습니다-시조월드에서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읽는 부분이 논단 페이지입니다- 그 중에서 장경렬 교수의 '시조의 영역을 위한 하나의 시론(試論)'이라는 논문을 주의깊게 읽어 보았습니다 논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시조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지금의 번역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중국의 한시, 일본의 하이쿠의 번역 실례를 들어가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권역의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 들여질 수있는 번역 방법이 시조에도 필요하다는 논지였습니다 1
장경렬 교수는 논문에서 우리 전래의 시조는 정형시이기에 정형의 틀을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형의 틀을 지켜나가는 것이 시조의 존립 이유가 된다고 말하며 내용상으로는 기승전결(起承轉結)에 의한 극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기에 시조의 세계화를 위한 번역 작업도 특히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까지 간간이 이루어진 번역 작업은 정형시라는 틀에 너무 얽매여 제대로 의미전달을 하지 못하는 누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며 시적 완성도가 떨어질 위험성이 다분하다는 것이지요 시적 완성도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그들의 정서와 시적 구조에 맞는 번역 작업이 필요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논문에서 시조가 정형시라고 단정짓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시조의 세계화를 위한 번역 작업에 있어서는 그의 주장이 한 가지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경렬 교수의 주장이 전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만약 그의 주장대로 시조의 시적 구조나 의미 전달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정말 중요한 부분이 훼손되어 버릴 위험이 다분한 것이지요 우리 고유한 민족 정서가 담긴 시조만의 가락 즉, 풍류가 사라져 버리게 될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시조의 세계화를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먼저 3장 구조를 깨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 시조의 운율과 가락의 특성을 알리기 위해 시조 작품에 우리 말 발음대로 영어로 병기하고다음에 시조의 내용을 영어로 번역하는 방법을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조의 가락을 알지 못하고 시조의 내용만 이해하게 되는 것은 자유시 번역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다른 언어권에서는 제대로 시조를 이해하고 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조를 아무리 훌륭하게 번역하여도 그것은 자유시를 번역한 것 같을 뿐 시조의 정신과 정취를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2
그리고 문제가 한가지 더 있습니다 시조를 소개하고 전파하려면 시조다운 시조를 번역하여 세계에 소개하여야 할 터인데 시조다운 시조라고는 이전에 쓰여진 시조 밖에 없다는 것이 또한 문제입니다 단순히 시조를 소개하는 것에 만족할 요량이면 이전 시조를 번역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만 세계화라는 것은 지금도 세계적으로 널리 인구에 회자되는 것을 말함이니 이전 시조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됩니다 3
그러므로 시조의 세계화를 위한 작업은 첫째로 시조다운 시조가 창작되는 것이며 둘째로 국민적인 시조가 굳게 뿌리내리는 일이며 셋째로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떠나 우수하고 유려한 작품을 선정하는 일이며 넷째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같은 바탕 위에 시조의 세계화를 위한 힘찬 발걸음이 내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